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면 사람들은 움츠렸던 몸을 펴고 활기를 되찾게 된다. 자동차는 어떨까? 기계 덩어리가 기온의 변화를
느낄 리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자동차도 계절을 탄다. 특히 가을에서 겨울로, 겨울에서 봄으로 바뀔 때는 여기저기에서
삐그덕거리는 잡소리가 나고 차의 움직임도 뻑뻑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금속과 고무, 플라스틱 등 차를
구성하고 있는 소재의 특성을 알면 이해가 쉽다.
계절 바뀌면 부품의 특성도 달라져
금속은
열을 받으면 늘어나고 차가우면 수축된다. 밤새 차체가 식으면서 연결 부위의 부품이 조금씩 줄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엔진오일과 트랜스미션 오일, 디퍼렌셜 오일과 회전 부위에 들어가는 그리스 등도 점도가 높아져 부품이 돌아갈 때 저항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어느 정도 달리면 열을 받아서 묽고 부드러워진다.
실내 플라스틱 부품도 단단하게 굳어 탄성이
줄어든다. 따뜻한 날씨에는 단단하게 붙어 있지만 기온이 떨어지면 부품 사이가 들떠 빈틈이 생기고, 부품과 부품이 맞닿으면서 쥐나
새가 우는 것 같은 소리를 낸다. 조립 품질이 떨어지는 소형차와 기본형일수록 잡소리가 많이 나고, DIY를 하느라 부품을 떼었다
붙인 후 전에 없던 소리에 시달리는 경우도 생긴다.
실내 잡소리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운전을 부탁하고 차안 구석구석에 귀를 대 보고, 손으로 의심되는 부분을 눌러 가면서 체크한다. 부품을 분해해 속에 부드러운
스펀지를 넣거나 외부에 고정하는 볼트를 단단하게 조이는 것만으로도 잡소리를 줄일 수 있다.
달리고 돌고 멈추는
동작을 끊임없이 하는 자동차에는 움직이는 부품에 고무로 된 부시(bush, 또는 bushing)가 들어간다. 1톤이 넘는
자동차가 달릴 때 각 부품에 가해지는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서스펜션 부시는 로어암, 어퍼암, 래터럴 링크 등의 부품이 제자리에
붙어 있도록 단단하게 붙잡으면서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지 않게 해 잡소리를 막는다. 스태빌라이저를 잡는 부시는 강화고무로 되어
있지만 로어암이나 래터럴 링크를 고정하는 부시에는 금속으로 된 파이프가 들어간다. 일정한 힘을 받고, 수명이 급격하게 짧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서스펜션 부시는 차가 주행성능을 발휘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시가 오래되어
딱딱하게 굳거나 유격이 생기면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고, 스티어링 휠을 통해 노면의 감각이 잘 전해지지 않는다. 작은 충격에도
휠 얼라인먼트가 쉽게 틀어지고 핸들링이 나빠진다. ‘노면을 탄다’는 표현대로 바퀴가 도로의 굴곡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도
부시가 나쁠 때 일어나는 현상 중의 하나다. 특히 트레드가 넓은 광폭 타이어는 부시를 비롯한 하체 부품에 많은 부담을 준다.
부
시는 소모품이다.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혹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무로 된 부시는 찌그러진 상태로 단단하게 굳거나 갈라져 제구실을
못한다. 따라서 2∼3년에 한 번씩 꼭 점검하고, 쇼크 업소버나 스프링을 교환할 때 반드시 바꾸도록 한다. 최근에 나오는 우레탄
재질의 부시는 고무보다 탄성이 좋고 수명도 길다.
겨울이 되면 부시 고무가 단단해져 찌그덕거리는 소리를 내기
쉽다. 부시 안의 파이프 심이 빠지면 변속을 하거나 이물질을 밟을 때 텅텅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이때 부시에 윤활제를
뿌리기도 하는데 테프론 등 금속성 윤활 방청제는 고무를 쉽게 경화시키기 때문에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눈으로 살펴 교환하고 그리스 보충
부시는 차 아래에 들어가 있어 상태를 쉽게 알
수 있다. 스태빌라이저 부시는 앞쪽 프레임에 두 곳, 좌우 바퀴 로어암 부근 두 곳 등 4개가 쓰인다. 정비 현장에서는 ‘활대
고무’라고 불리기도 한다. 앞쪽은 잘 망가지지 않지만, 로어암에 붙은 부시는 직접 힘을 받아 잘 찌그러지고 쉽게 갈라진다.
서
스펜션 암 부시는 차를 리프트에 올리고 점검하는 것이 좋다. 역시 갈라지거나 프레임과 로어암 사이에 틈이 넓은 경우, 고무에서
금속 파이프가 분리되었다면 부시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부시는 따로 교환하기가 힘들다. 로어암, 래터럴 링크 등 대부분의
구성부품에 부시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정비 비용도 올라간다.
갤로퍼의 경우 앞쪽 스태빌라이저 부시가 4개에 5천 원 미만이지만, 뒷바퀴를 잡는 부시 3개는 링크 암과 함께 한쪽에 7만5천 원이다. 따라서 공임을 합쳐 20만 원은 줘야 한다.
스태빌라이저 부시는 손수 교환하기 쉽지만 로어암은 차체를 띄워서 작업해야 하므로 카센터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앞바퀴 로어암을 바꾸거나 주변의 볼트를 풀었다면 꼭 휠 얼라인먼트를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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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방향으로 움직이는 곳에는 조인트가 쓰인다. 볼 베어링이 무게를 지탱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일을 한다. 갤로퍼와 록스타, 구형
코란도 중에는 서스펜션 조인트에 그리스를 넣어야 하는 모델도 있다. 기름때에 절어 있는 볼 조인트를 닦아내면 금속으로 된 작은
니플이 보인다. 여기에 그리스 주입기를 이용해 고무 커버가 탱탱해질 정도로 그리스를 채워 넣는다.
그리스를 넣는 부분은 로어암 볼 조인트와 스티어링 링크, 드라이브 샤프트 등 차종에 따라 2∼10곳이다. 사실 그리스 보충은 다른 정비를 할 때 말만 잘하면 공짜로 할 수도 있다.
고
무 커버가 터진 경우에는 윤활이 제대로 안 되어 트러블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빨리 바꾼다. 최근에 나온 차 중에는
조인트에 그리스를 넣을 수 없는 것도 있다. 완전히 밀폐된 조인트는 교환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손으로 부품을 잡고 흔들어
덜그럭거리면 바꿀 때가 된 것이다.
부시와 조인트는 바퀴를 타고 올라오는 충격을 제일 먼저 받는 부품이다.
따라서 상태가 좋을수록 잡소리가 줄고 진동도 적어 승차감이 좋아진다. 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은 걷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자동차에서 관절 역할을 하는 부시와 조인트는 계절이 바뀌는 지금쯤 꼭 한번 점검하도록 한다.
서스펜션에 달리는 여러 가지 부시와 조인트는 자동차의 관절 역할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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